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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

서민 위한 '미소금융', 1년 실적 살펴보니

"저처럼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이 제도 금융권 문턱이나 넘을 수 있나요. 게다가 연 4.5%라니 그냥 빌려주다시피 하는 거죠. 정부에서 창업자금 대출을 복지차원에서 접근한다는 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4평 남짓한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진주 씨. 지난해 남편의 실직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그는 당초 가게를 차릴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요.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 금융권에서는 대출 받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소금융을 통해 올해 1월 2천만 원, 연 4.5%의 낮은 금리로 빌려 알뜰한 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죠.

 

 

별도 보증이나 담보 필요 없고 무등록 사업자도 대출 가능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딧'으로 출범한 미소금융은 금융과 복지를 결합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기업과 금융권 업체들이 신용등급 문제로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연 4.5%의 저리로 창업 자금을 빌려주는 사업이죠. 미소금융은 일수나 사채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어 자영업을 하는 서민들에게 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미소금융이 이용하기 까다롭고 은행 문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정책공감에서도 지난 번 이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해드린 바 있죠(http://blog.daum.net/hellopolicy/6979421). 미소금융은 별도의 보증이나 담보가 필요 없을 뿐 아니라 무등록 사업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등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의 다른 자활자금 대출과 비교해보면 문턱이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미소금융 출범 1주년…1,019억원 대출금 지원, 지점수 100개 돌파

 

지난해 12월 15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시장에 위치한 삼성미소금융재단 1호점 개점으로 시작된 미소금융 사업은 얼마 전 출범 1주년을 맞았는데요. 15일 현재 총 2만 1,233명이 1,019억 원의 대출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유형별로 보면 미소금융 지점을 통한 대출이 6,803명(681억 원)으로 가장 많고요. 전국 복지사업자를 통한 대출이 6,062명(297억 원), 저소득층 가구 아동 및 장애인복지시설 보험가입을 지원하는 소액보험사업이 8,358명(41억 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서울 노원지점 설립을 계기로 미소금융 지점 수 역시 100개가 넘었는데요. 12월 16일까지 수도권 45개, 지방 55개 미소금융지점이 설립됐으며 연말까지 108개 지점으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출범 1년차인 올해 미소금융은 전국의 네트워크 및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등 효율적인 대출을 위한 시스템 정비가 이뤄졌는데요. 중복 수혜나 부정 대출 등을 막기 위해 각 기업과 은행 미소금융재단, 중앙재단이 정보를 교류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죠. 특히 대출 심사자가 통합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상담부터 심사, 승인, 사후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어서 대출 업무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은행 오기 어려운 상인들 직접 찾아가는 미소금융 서비스

 

"아무리 금리가 낮다고 해도 가게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그림의 떡이었죠. 돈이 당장 급해서 '또 사채를 써야 하나…' 걱정하고 있는데 이렇게 직접 찾아오기까지 하니 우리 상인들에겐 큰 도움이 되죠."

 

 

대구 서문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전소정 씨는 미소금융중앙재단의 찾아가는 이동서비스 차량 서비스를 받고 1천만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매출이 부진할 때마다 고금리인 카드 현금서비스를 이용했다는 그는 이동서비스 차량이 시장을 찾았을 때 현장에서 상담을 거쳐 곧바로 점포 운영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는데요.

 

 

지난 10월 18일부터 서문시장을 비롯해 전국 40여 곳의 전통시장에서 이러한 '찾아가는 미소금융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혼자서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을 위해 미소금융중앙재단에서 떠올린 아이디어인데요. 프린터, 복사기, 팩스 등을 갖춘 상담버스를 이용해 지점을 방문하기 어려운 상인들에게 현장에서 곧바로 대출을 해주는 서비스죠. 넷북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재단 사무실에 오지 않아도 필요한 자금을 곧바로 신청할 수 있어 상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미소금융 서비스는 악덕 사채업자를 몰아내는 효과도 거두고 있는데요. 서울시 성동구 도선동 시장은 이른바 '일수 은행'을 통해 10%대의 높은 이자를 내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지던 곳입니다. 하지만 지역상인회를 통해 최대 5천만 원을 대출해주는 미소금융 소액대출 사업으로 상인 1인당 500만 원을 연 4.5%의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었죠.

 

 

원금 100일 동안 갚고, 이자는 100일째 되는 날 정산

 

조건도 파격적인데요. 500만 원을 빌릴 경우 원금은 하루 5만 원씩 100일 동안 갚은 뒤, 4.5%에 해당하는 이자는 100일째 되는 날 정산하면 됩니다. 10%를 훌쩍 넘는 일수이자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금리죠. 상인회에서는 영세한 상인들이 돈을 일시적으로 갚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에 일수 방식을 쓰고 있긴 하지만 생계형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에게는 최적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선동 상인회의 경우 이를 통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92건, 총 2억 9,050만 원의 대출을 집행했는데요. 자금 회전율도 581%로 양호한 편이죠. 대출실적이 좋아 미소금융재단으로부터 5천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대전 도마큰시장, 서울 영등포시장 등 찾아가는 미소금융 서비스의 성공 사례는 점차 늘고 있는데요. 도마큰시장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미소금융 혜택을 받아 지난 8월 미소금융 전국 최우수 운용 전통시장으로 선정되기도 했죠.

 

 

인테리어에서 창업 노하우까지 알려주는 철저한 사후관리

 

미소금융의 특징 중 하나는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철저한 사후관리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대출고객이 자활에 성공해야 회수율이 높아지고, 미소금융 사업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현대차미소금융재단의 경우 미소금융 대출자들의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 '미소학습원'을 열고 사업 계획부터 인테리어까지 창업 노하우를 알려주는 '드림 실현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죠.

 

찾아가는 미소금융 서비스의 경우도 전국의 수혜자를 넓히기 위해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투입되는데요. 지난 6월에 경영, 법률, 세무 등 전문지식 분야와 기술, 기능 매출 노하우 등 재능 나눔 분야 등으로 구성된 1,700여 명이 참여하는 '미소희망봉사단'이 창단되기도 했죠. 미소금융이 서민들의 자활을 돕는 것뿐 아니라 나눔과 봉사문화의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민들의 생업현장을 적극 지원하는 미소금융은 2011년에 그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기업과 은행들의 출연으로만 기금을 마련했다면, 앞으로는 전 국민이 참여하는 기부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재원 확충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