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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

중국에서 한글공정을? 국내 한글입력표준 어디까지 진행됐나?

한글날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중국에서 전자기기에 대한 한글(조선어) 입력표준을 마련하겠다는 발표였는데요. 중국이 자체적으로 ‘조선어국가표준워킹그룹’을 구성,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휴대형 기기는 물론이고 PC 키보드용 조선어 입력 표준과 소스코드, 지역식별자 등 네 가지 표준 마련 작업에 들어간 것이죠. 

이를 놓고 언론과 인터넷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과거 고구려와 발해 등 우리 역사를 왜곡한 ‘동북공정(東北工程)’에 이은 ‘한글공정’이라고 비난했는데요. 다음 아고라에서는 이를 비난하는 청원이 올라오고, 소설과 이외수씨 역시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활동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만일 중국에서 조선어 입력 표준을 만들고 이를 국제 표준화하면 해외 모바일기기 기업이 중국이 제시한 표준으로 입력방식을 탑재해 한국 시장에 들어오게 되는데요. 한글 종주국으로서 중국이 정한 표준에 맞춰 한글을 입력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각지 각색의 한글입력 방식도 문제 

물론 우리나라에도 문제가 있는데요. 휴대기기 제조업체들이 각기 다른 한글입력 방식을 가지고 있어 소비자에게는 혼동을, 업계에서는 비용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데요. 사실 우리나라 사람도 헷갈리는 한글입력방식인데 외국인이야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죠.

 

현재 국내 모바일 기기의 한글 입력방식 시장 점유율은 삼성의 천지인이 55%로 가장 높고, 그 뒤를 LG의 나랏글(20%), 팬택의 스카이(14%), 기타(모토로라, 노키아 등 11%)가 잇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 역시 이렇게 각기 각색의 한글입력 방식의 통일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는 점도 지적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요. 사실 지난해 11월부터 기술표준원이 한글 입력방식 표준화를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합니다. 특히 올 3월 방통위, 산·학·연 전문가로 기술위원회를 구성해 지금까지 총 15차례에 걸쳐 표준화를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한 바 있죠. 

또한 지난 13일에는 중국의 한글공정 움직임 보도와 관련, 기술표준원에서 최대한 빨리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의 한글 입력방식을 표준화하겠다는 발표를 했는데요.  

허경 기술표준원장은 “업계 스스로 한글 입력방식 표준안을 자발적으로 마련토록 독려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이와 별도로 표준안도 마련하고 있다”며 “업계에서 합의안 도출하지 못하면 정부안을 표준으로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죠.  

 
휴대폰 제조사, 한글입력 특허 무상 제공 

하지만 이러한 발표에서 업계 스스로 표준안 도출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야기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지난 18일,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한글 표준화를 앞당길 수 있는 업계의 합의가 이루어져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나랏글’ 특허권자인 KT 와 ‘천지인’ 특허권자인 삼성전자가 보유특허에 대한 사용권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하는데요. 

    관련자료 ☞ KT, 삼성전자 한글 자판에 대한 무료 사용 허용(방송통신위원회, 2010. 10. 21) 

 지난 18일 ‘천지인’의 또 다른 특허권자인 조관현 아이디엔 사장이 특허권을 정부에 기증할 의사를 밝힌데 이어 KT와 삼성전자도 자사 특허의 무상사용을 허용한 것으로, 이에 따라 휴대폰 한글자판의 국가표준 제정과 국제표준화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글날이 얼마 지나지 않아 터진 중국의 ‘한글공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는데요.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글인 만큼, 다른 나라에서 위협을 받지 않을 정도로 한글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