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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

굼벵이·버섯·무…조상들의 지혜로운 생활법

흰 민들레, 가을국화, 씀바귀, 머위, 우엉, 참살추, 엉컹퀴, 쑥, 질경이, 냉이, 칡, 맥문동, 마, 부들, 미나리, 천마…… 많이 들어본 이름인가요? 맞아요. 우리나라 인근 야산에 지천으로 열려있는 자생식물들입니다. 산채나물로도 많이 먹죠. 이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쉽게 먹을 수 있는 토종 산채 나물에 항암물질 등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 신약 후보물질, 토종 산나물에서 찾아라 (조선일보 2010.07.08)  

 <흰민들레> 

최근 전세계적으로 자국의 토종식물 등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와 투자가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천식, 아토피, 알레르기 등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죠. 이러한 신약개발에 자생식물 등 천연물이 신약소재로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대전·대덕] 오창 바이오의약연구소...신약 메카로! (YTN 2010.06.18) 

이와 관련하여 국립생물자원관은 ‘자생생물의 전통지식 조사·연구’ 사업을 통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가 돋보이는 전통지식 7,044건을 새롭게 밝혔는데요. 토종식물을 활용한 바이오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전통문화와 자연생태가 잘 보존된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는데요. 밝혀진 선조들의 전통지식은 신약 개발, 생물산업 신소재 발굴, 미래식량자원 발굴 등 관련산업에서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전통지식(traditional knowledge)' 이란 전통에 기반을 둔 지적 활동의 산물로서 파생되는 산업, 예술 또는 문학적인 결과물을 총칭하며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 행해지고 있는 민간치료요법, 인도벽화의 문양, 아프리카 토인의 음악 등이 모두 전통지식으로 분류됩니다. 

금번 조사에서 밝혀진 7,044건의 전통지식 가운데 특별한 의미를 갖는 사례는 석이, 능이, 가죽나무, 왕사마귀, 굼벵이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선조들은 어떻게 우리의 자생식물과 천연물들을 전통지식으로 활용했을까요? 함께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 하나씩 알아볼까요?  

▲ 천연방부제로 사용되었던 ‘석이버섯’

 ‘석이’는 석이과의 지의류로써 조선 현종 때 왕실잡채에 많이 사용된 버섯인데요. 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제거 후 채로 썰어 김치 담을 때 함께 넣어두면 오랜 기간 보관해도 군내가 나지 않고 덜 무르며 사각거리는 맛을 유지하는 '천연방부제'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또, 여름철 음식의 부패를 막아 식중독을 예방하는 데에도 활용되는데요.  

요즘처럼 화학방부제 없는 식품들이 각광을 받는 시대에, 석이버섯을 활용한 천연방부제의 개발 및 활용은 바이오 산업과 우리 생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기 먹고 체했을 때 천연소화제로 쓰인 ‘능이버섯’

‘능이(능이버섯)’는 600~700M이상의 높은 산의 8부 능선 이상에서 서식하는 참나무 뿌리에서 자라 ‘능이’라고 불리며 건조시키면 강한 향이 나 ‘향버섯’ 또는 ‘향이’라고도 부릅니다. 보통은 살짝 데처먹는데요. 최근 양양을 갔던 '1박2일' 멤버들이 능이버섯을 불에 살짝 구워 먹은 후 고기 같다고 해서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버섯이 고기 맛을 내는 것 뿐만 아니라 고기 먹고 체했을 때 달여 먹으면, '천연소화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유능한 버섯이라고 할 수 있죠.  

(좌) 고산지역의 바위에 붙어 자라며, 바위에 붙어 있는 귀와 같다고 하여 석이(石耳)라고 부릅니다.

(우) ‘능이’는 맨손으로 만지면 후끈거리고 간지러우며 피부가 벗겨지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과식 후 소화제로 사용된 ‘무’

‘무’는 과식했을 때 소화제로 사용되어 왔는데요.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들에게도 권장하던 식품 중 하나죠. 장아찌, 밥, 떡, 국, 김치, 물김치, 죽, 나물, 부침개, 차 등 식용으로 이용되었지만 산후조리, 감기, 기침 기관지, 어혈제거, 화상, 농약해독 등의 약용으로도 활용됐답니다.

특히 차로 이용되는 ‘무 뻥튀기‘는 예전에는 무를 썰어 말린 후 솥에서 볶아 차를 끓여 집안의 소화제로 사용하였다면, 근래에는 뻥뛰기 기계를 이용하여 시대흐름에 맞추어 이용방법이 변화됨을 확인하였습니다. 

 <‘무’는 동양의학에서는 협복(莢箙)이라고 부르며 소화제로 사용>

 

7가지 다양한 조리법이 가능한 ‘가죽나무’

‘가죽나무’는 전국 어디서나 자라는 소태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동의보감에 뿌리껍질을 ‘저근백피(樗根白皮)’라 하여 한방에서 이용하였습니다.

한편, 가죽나무의 조리법은 잎을 삶아 말린 볶음(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잎에 끓인 찹쌀 풀을 발라 말린 자반과 기름에 튀긴 부각(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함양군 및 하동군), 전(전남 구례군), 쪄서 쌈(경남 함양군), 생으로 쌈(경남 하동군), 장아찌(경남 하동군) 등 7가지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가죽나무’는 무공해 웰빙 건강식품으로 식품개발이 가능한 유용한 전통지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품보관 지식을 엿볼 수 있는 ‘묵말랭이’

‘묵말랭이’는 장기보관이 어려운 도토리묵을 잘게 썰어 완전히 말려 보관하다가 원할 때 다시 불려서 무쳐먹을 수 있는 건조식품인데요. 우리 조상의 지혜로운 식품보관 지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좌) 가죽나무는 약 20 m까지 자라고 꽃은 6~7월 피며 날개모양의 열매가 달립니다.

                      (우) 도토리묵을 잘게 썰어 말린 묵말랭이 

 

설사, 배탈 치료에 ‘땅강아지’를 말린 후 갈아…….

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과거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땅강아지’는 주로 배탈, 설사 등 장에 탈이 났을 때 복용하거나 배앓이를 자주하는 사람이 장을 튼튼히 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 조사결과, ‘땅강아지’는 장 질환에 다양하게 사용되었고 말려 가루를 내어 복용할 경우 변비치료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인두염과 변비 치료에 ‘사마귀 알집’ 다린 물

‘사마귀 알집’은 왕사마귀의 거품 같은 알이 굳은 것으로 민간에서는 인두의 점막이 붓고 목이 쉬는 인두염에 사용하였습니다. 주로 왕사마귀가 만든 알집을 말린 후 가루를 내어 목 질병에 사용하였으나 알집을 다린 물을 마셔 변비를 치료한다는 전통지식도 알 수 있게 됐습니다.

 

단백질 보충과 간을 튼튼히 하는 ‘굼벵이’

‘굼벵이’는 초가지붕, 볏짚, 두엄에 주로 자라며 영양이 부족하던 시절 단백질 보충용으로 먹었고 한방에서는 간을 튼튼히 하기 위한 약재로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굼벵이를 호박과 함께 삶아 으깨어 환부에 직접 바르거나 그것을 말려 환으로 만들어 염증이나 다친 곳을 치료할 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위) 땅강아지과(Gryllotalpidae)에 속하는 곤충으로 앞다리가 삽처럼 생겨서 땅을 파기 쉽게 되어 있습니다.

(좌) 왕사마귀 알들은 거품 속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애벌레로 깨어납니다.

(우) ‘굼벵이’는 굵고 통통한 딱정벌레류 애벌레가 굼벵이라 알려졌지만 주로 꽃무지류 애벌레를 칭합니다.   

국립생물자원관 박정미 박사는 “지리산국립공원 지역을 중심으로 실시한 자생생물 전통지식 조사를 앞으로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우리나라 자생생물에 대한 전통지식을 신속히 찾아 체계적으로 문헌화함으로써 다가올 생물자원 전쟁의 시대를 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조사한 결과물은 우리나라 전통지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각각 생물자원 전통지식 자료집, DB, 전통지식 도감 등으로 완성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는 전통지식에 대한 주권을 확립하고 국내 관련 산업·학문의 추가적인 연구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토종식물에서 신약소재가 펑펑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