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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북

[취업이야기] 먹고 살기 힘든 세상, 내 인생에 취업이야기의 시작


먹고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물론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닌듯 싶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을 때도, IMF 때도 먹고 살기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요즘 살기가 힘든 건 두말할 나위 없지만, 경기가 한참 좋을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수출이 호조세니, 주식이 활황이니 이런 말들은 남의 나라 얘기 같기만 합니다.
정말 살기가 녹녹치 않거든요.ㅠㅠ
대학 졸업 후 한 10여년 이상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알뜰살뜰 살지 못한 것이 가장 문제이겠지요. 요부분은 인정합죠.
태생이 상류층인 분들께 보이기는 민망하지만 살기 빠듯한 박봉에도 쪼개쓰며 저축해서 약간의 목돈이라도 모아놓은 친구놈들도 있으니까요.

서두가 길어졌네요.^^;;
음~~~
요즘 청년실업율이 엄청 높죠? 뭐 하루 이틀 이야기는 역시 아닌것 같습니다.
10년 전에도 그랬구, 지금도 그러니까 말이죠.
이참에 제 인생에 취업이야기를 좀 하고자 합니다. 누구한테 얘기한다기 보다는 제 개인적인 기록이라고 해둬도 될 듯 싶습니다.
나중에 인생의 뒷자락에서 돌이키보며 웃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웃을 수 있어야 하겠죠?^^



제 친구들은 소위 가방끈이 상당히 긴편입니다. 박사는 모르겠지만 석사는 널려 있거든요. 또 마흔 가까운 나이에 아직 결혼을 안(?, 못)한 친구들도 있고, 결혼을 했더라도 아이들이 상당히 어립니다.
혹 웬지 아세요?
다 이 웬수놈의 IMF 때문이라는게 저희 세대(적어도 제 친구들 사이에서는)의 공통된 이야기입니다.
취업이 안되니 차라리 대학원이라도 가야했구, 취업이 늦어지니 당연 결혼도 늦어지고 애도 늦어지게 된거죠.

저와 제 친구들은 IMF가 절정인 1998년 ~ 1999년 사이에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모르는 분들도 많겠지만 1997년 말인가 우리나라가 IMF 폭풍에 휘말렸죠. 그  IMF가 절정을 이룬 시기에 대학을 졸업하게 됐으니 그 당시엔 취업한 친구들보다 대학 졸업으로 실업자가 된 친구들이 많았죠.
이로써 일그러지고 비정상적인 인생길이 시작되게 됩니다.

적지않은 친구들이 '실업자'라는 타이틀이 두렵고 겂이나서, 비싼 학비를 내고라도 캠퍼스의 테두리 안에 남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대하지도 않은 석사 학위를 가진 친구들이 많아진 거죠^^ 
지금 그 친구들에게 석사학위가 도움이 되고 있는진 모르겠습니다. 뭐 없는 것 보다는 훨씬 낫겠죠?^^

대학원에 진학을 한 친구들은 그래도 집안 형편이 넉넉한 부류에 속했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할 수 없이 취업준비를 해야했죠.
졸업 후 서너달 동안은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밥 먹으러 오가며 마주치는 후배들이나 교수님들이 민망해서 도망치듯 숨어다니는게 스트레스라 시립도서관이나 구도서관으로 장소를 옮기게 됩니다.

그곳에 가지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진 친구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처음에는 점심 때 혼자 밥을 먹다 차츰 한 사람 한 사람 사귀다 나중엔 너댓명이 되더이다.
이 때는 참 밥값도 귀했던 것 같습니다. 나이 먹어 대학까지 졸업한 자식놈이 부모님께 손벌리는게 쉽진 않은 일이라서 말이죠...
 
나중엔 못 버티겠더라구요.
그래서 알바라도 하며 취업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리 저리 기웃거렸죠.
이 때는 IMF 한파로 실업률이 극에 달했을 때라 정부 차원의 정보화 공공근로사업이 많았습니다.

일단 정보화 공공근로사업을 했죠.
참 거기 가보니 학교에서 보던 친구들이 참 많더이다. 실직한 남편 대신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한 여성분들도 꽤 있었구요.
서럽고 암울하고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그곳도 사람이 모여 생활하는 곳인지라 거기서 만나 결혼한 커플도 있고, 동업으로 작은 장사를 시작하는 친구들도 있고 그렇더라구요.
생활을 하다보니 사람인지라 또 그곳 분위기에 적응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순간 섬뜩한 기분...
이거 바보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들자 좀 정신차리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도 보고 그랬죠.

그러다...
우째우째 운좋게 S사 시험에 최종 합격을 했죠.
공공근로를 하던 친구들과 이별주를 기울이고 드뎌 기다리고 목메이던 첫 출근을 하게됩니다.
졸업식 때 장만한 어색한 양복을 입고 말이죠.
부모님도 엄청 기뻐하셨지요. 다행이라고.
당시에도 지금도 꽤 괜찮은 중견기업이었거든요.

ㅋㅇ
근데요 이게 뭔 팔자인지, 딱 일주일 다녔습니다.
부모님이 줄을 대놓은 회사에서 연락이 오자 그곳으로 옮기라는 겁니다.
당시 저는 제가 나름 효자라고 착각을 하고 살아서요, 옮겼죠...
차라리 기냥 성실히 첫 직장 생활을 잘 시작했으면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진 않을까 가끔 생각해 봅니다.
뭐 그렇다고 후회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후회할 일이 한두개가 아닌듯 싶어서요.ㅋㅋ
제 인생 직장생활의 가시밭은 이렇게 시작된 듯 싶네요.^^

(요건 담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