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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

'광고 전단' 모으면 10만원, '수거보상제' 해보니

'일수 대출해드립니다', '대화, 만남○○○…여성무료'

 거리를 걷다보면 전봇대나 벽에 붙은 불법광고물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무질서한 광고물은 보기에도 흉할뿐더러, 청소년이 보기에 유해한 광고물이 섞여 있어 지자체별로 단속을 하고 있죠. 하지만 실제 고발을 통한 처벌이 드문데다 과태료 부과 등 처벌수단이 약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불법광고물은 법적으로 500만원에서 최고 1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가되는데요.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거리를 뒤덮는 불법광고물은 행정기관에서도 매번 단속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죠. 때문에 몇 해 전 서울시에서는 불법 광고물을 수거해 신고하는 이른바 '벽파라치'를 운영하고 용업업체와 계약까지 맺는 등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벽보 1천장 모으면 10만원? 광명시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 운영 

경기도 광명시에서는 좀 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도입됐는데요. 관내 거주하는 70세 이상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2008년 2월부터 시작된 수거보상제도는 시의회에서 관련 조례안을 제정해 매년 시행해오고 있는데요. 소외계층에게 소득창출기회를 주고 도시경관도 깨끗해져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하네요.  

 

 

  "어르신 이번 주에는 많이 못 모으셨네요. 5만원 확인도장 찍어드릴게요."

지난 5일 광명시청 뒷마당에 한 줄로 쭉 늘어선 어르신들이 저마다 불법광고물을 한 뭉치씩 손에 들고 있었는데요. 책상 앞에 앉은 담당 공무원의 '판정가'에 어르신들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벽보는 매당 100원, 전단지는 20원, 명함은 장당 5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한 주 동안 이거 떼러 돌아다니는 게 일이죠. 수레 끌고 폐지 주워봐야 kg당 50원도 못 받는데, 이게 훨씬 남는 거 아닙니까, 허허." 2008년 때부터 불법광고물 수거활동에 참여한 이진수(72) 씨의 말입니다. 시청에서는 매주 화요일마다 불법수거물을 받고 있는데요. 1인당 최고 보상금액이 10만원인데, 일주일 동안 수거를 해온 시민들은 대부분 이 금액을 채워간다고 합니다.  

 

상업지구, 유흥가 주변 대상…깨끗해진 거리에 시민들 호응

광명시가 이러한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를 처음 시행한 건 지난 2008년 2월. 조례안이 제정된 뒤 첫 번째 보상 사업이 진행된 당해에는 9천 5백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고, 이듬해인 2009년엔 1억 5천만 원으로 늘었는데요. 올해에는 8천만 원을 잡았다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예산이 조기에 소진돼, 하반기에 3천만 원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보상 광고물은 도로변이나 주택가, 상업지구 등에 무단 배포된 전단, 벽보만 해당되는데요. 단독주택, 아파트 현관에 부착된 광고물이나 우체통 광고물, 신문지 전단 또는 타 시․군에서 배포된 광고물은 제외되죠. 시청 측에서는 사업 시행 전 수거 교육을 시행해 불법 광고물 수거 지역을 미리 정해두었는데요. 철산 상업지구 주변 유흥가와 광명사거리 주변 등 불법 광고물이 많은 지역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 시행 이후 광명시는 그동안 벽보 24만 6천여 장, 전단 1천 116만 1천여 장, 명함 43만여 장을 수거했으며, 고질적인 불법광고행위업체 27곳을 적발해 1천 37만 1천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는데요. 수거보상제 시행 이후 주택가, 도로변, 상업지구 등의 거리가 눈에 띄게 깨끗해진 것은 물론이죠. 전단지를 배포한 지역 상인들의 항의가 많지만 지역 주민들은 한결 청결해진 거리 모습에 호응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하안동에 사는 주부 최은경(35) 씨는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자극적인 불법 광고물이 지나치게 많아 일부러 내가 먼저 뗄 정도였다"며 "수거보상제가 시행된 뒤에는 거리가 한결 깨끗해져 도시미관상 보기에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들고 노인과 장애인의 일자리도 창출하는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 지자체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시민들의 삶의 질이 한층 더 높아진 게 아닌가싶은데요. 광명시는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인원이나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하니, 관내 관심 있는 어르신이나 장애인들은 한 번쯤 참여해 봐도 좋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