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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

요리로 다문화 배운다고? '지구마을 요리나라'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교육, 활동 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은 한국어 공부나 취미활동 등 주로 정착 프로그램과 관련된 것이 많은데요. 한국어가 서툰 이들의 의사소통을 돕는 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도록 돕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전국 171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서 교육프로그램 실시  

이를 위해 여성가족부 산하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에서는 결혼이민자들의 정착과 행복한 생활을 위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전국 171개 시·군·구에 설립,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에서 빨리 정착하도록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경북에 위치한 고창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결혼이민자의 취업을 위해 다문화이해강사 양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총 76시간의 교육을 이수한 교육생들은 고창군다문화가족지역센터 소속 다문화이해강사로 일하게 되죠. 현재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태국, 필리핀, 러시아, 몽골, 캄보디아, 베트남 총 6개국 10명의 강사가 배출됐는데요. 군내 어린이집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국의 문화 수업을 하는 ‘찾아가는 다문화 교육’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이해수업’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해 다문화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다문화이해강사 양성 교육 프로그램은 대덕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의정부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일부 지역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운영 중인데요. <정책공감>은 서울시 구로구에서 진행 중인 '이주 여성과 함께 떠나는 지구마을 요리나라' 수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보았습니다.  

 

다문화 이해 돕는 '지구마을 요리나라'  

구로동에 위치한 요셉어린이집. 4세 아이들이 모인 '노을반'에 필리핀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 강사가 등장했습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PT자료를 보며 높낮이가 두드러진 음색으로 필리핀 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나는 필리핀에서 온 조 마리크리스 선생님이야. 선생님 입은 옷은 필리핀에서 행사나 결혼식 때 입는 거예요. 예쁘게 생겼죠? 이게 바나나나무로 만든 거랍니다."


난생 처음 듣는 필리핀 문화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아이들은 고개를 쑥 내밀면서 집중하고 있었는데요. 이날은 필리핀의 국기, 의복, 교통수단, 음식 등에 대해 배우며, 필리핀 망고로 과일 샐러드를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날씨가 더워서 과일을 많이 먹어요. 망고 껍질을 자르고 씨를 버리면 이렇게 먹기 좋은 과일이 돼요. 아몬드, 옥수수, 사과, 건포도, 치즈를 넣고 휘핑크림을 넣은 다음 잘 섞어주세요." 

제 손보다 큰 비닐장갑을 낀 아이들이 샐러드를 천천히 버무리면서 강사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는데요. 외국인 강사나 아이들 모두 낯설 법도 한데 거리낌 없는 모습이 무척 자연스럽게 보였습니다. 40분 동안의 수업은 강사의 질문과 아이들의 의욕 넘치는 대답으로 시종일관 활력을 띠었죠.  

 

"이주여성도 할 수 있다는 것 보여주고 싶다"  


'이주 여성과 함께 떠나는 지구마을 요리나라'는 올해 8월부터 11월까지 관내 어린이집 90개소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다문화 교육인데요.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 등 아시아 출신 4개국 결혼이주여성들이 강사로 나서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아이들을 만나고 있죠. 현재는 6명의 강사들이 활동하고 있는데요. 복지관에서 한국어 및 정보화교육을 받은 뒤 전문교사의 지도를 거쳐 강사 자격을 얻게 됐다고 합니다.

 

이날 강사로 나선 조 마리크리스(37) 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평범한 주부로 지내다가 교육을 받게 됐습니다. 학생시절 영어강사와 과외 아르바이트 등을 하던 중 결혼을 계기로 일을 그만뒀다고 하네요.

 

"처음엔 한국어로 대화하는 게 어려웠죠. 어눌하니까….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애들 말 안 들으면 처음엔 '어휴, 쬐끄만게 말 안 들어' 그랬는데 지금은 나도 말 안 들어버려요(웃음)."

 

그는 "주변에 결혼이주여성들을 보면 어려운 여건 속에 생활하는 이들이 많아 가슴 아플 때가 많다"며 "다문화 강사로 일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모든 이주여성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주여성 일자리 창출, 다문화가정 편견 없애  

구로구와 구로구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주최한 이주여성 다문화 강사 사업은 오는 11월까지 운영되는데요. 올해 성과가 좋으면 내년에도 사업을 계속 시행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구에서는 이번 사업이 이주여성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함과 동시에 관내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현재 서울형 어린이집의 경우 다문화교육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이번 사업을 통해 이주여성이 다문화강사로 정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구로구 주민생활지원과 김수연 씨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 때문에 처음엔 학부모들이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수업이 진행되면서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고 학부모들도 안심하게 돼 이러한 편견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말했습니다.

 

다문화가족 구성원 100만 시대, 이제는 우리 사회가 결혼이주여성을 좀 더 포용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할 텐데요. 이를 위해선 먼저 '결혼이주여성은 나약하다'는 편견부터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구로구의 사업을 통해 앞으로 결혼이주여성의 일자리 사업이 전국적으로 더욱 늘어나길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