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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

사교육, 인식을 바꾸자! '등대지기학교' 가보니

최근 사교육 문제에 대해 이해 당사자인 학부모와 교사들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교육과정이 개설돼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교육시민운동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전국의 학부모와 교사 등을 대상으로 개설한 '등대지기 학교'가 바로 그곳입니다.  

 

 

 관련기사☞ '사교육 없는 학교 시행 1년…사교육비 평균 16%↓(공감코리아, 2010. 7. 15)

* 정부는 학교에서 정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교육없는 학교'를 지정해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하는 열린 토론의 장  

지난 2008년 9월에 첫 강의를 시작한 뒤 그동안 2,000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등대지기 학교는 총 8주 과정으로 사교육 관련 전문가들의 강의와 수강생들의 조별 활동으로 이뤄지는데요. 지난 5일에 열린 제5기 입학생들의 첫 수업현장을 <정책공감>이 직접 다녀왔습니다.   


"사교육과 관련해 학생과 학부모를 상담하다보면 참 허탈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에게 '너 부모 속 썩이려고 작정했어?'라고 하면 아니라고 합니다. 부모에게 '자녀를 왜 그렇게 스트레스 주시나요?'라고 물어도 대답을 못하죠. 과연 이유가 뭘까요?"

 
박재원 강사의 말에 수강생들이 씁쓸한 웃음을 짓습니다. 서울 강남의 유명학원에서 상담실장으로 일하며 수천 명의 학생들에게 학습 컨설팅을 한 경력을 가진 박재원 강사는 이날 수강생들에게 사교육 현실에서 빚어지는 문제의 근본원인을 설명했는데요. 학부모와 교사, 교육업체 종사자 등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수강생들은 저마다 꼼꼼하게 필기를 하면서 강사의 말을 경청했습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학부모들은 대개 '아이를 행복하게 키웁시다'라고 하면 '그럼 교육은 뒷전으로 미뤄야 하는 게 아닌가'하고 생각하고, 반대로 '악착같이 사교육을 시킵시다'라고 하면 '그럼 아이 행복은 잠깐 접어야겠지'라고 이분법으로 나눈다는 얘기죠. 

하지만 사교육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아이 행복을 제쳐두면서 몰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남들이 이미 간 길이라고 무턱대고 따라가면 결론도 똑같겠죠. 하지만 아이의 학력과 행복을 함께 지킬 수 있는 길에 대해선 대다수 학부모들이 고민하지 않습니다."  

박재원 강사는 "강남의 특목고 입학 신화는 찻잔속의 태풍에 불과하다"며 "알듯 말듯한 사교육 업체의 홍보 마케팅에 마음이 흔들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수업 참여 가능…졸업 후 문집 발간도    

 

이번 5기 등대지기 학교는 총 200명의 수강생들이 입학을 했는데요. 10월 5일부터 11월 23일까지 총 8회 강의가 진행됩됩니다. '아깝다 학원비-진짜 사교육 정보를 살핀다' '조기영어교육의 실상과 진실' '88만원 세대 경제로 풀어본 사교육 문제' 등을 주제로 교육평론가 이범, <88만원 세대 저자>인 우석훈 박사 등 사교육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온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게 된다고 합니다.  

등대지기 학교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세미나실에서 강의를 하면 전국의 학교 수강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생방송과 녹화방송으로 시청할 수 있는데요. 일반 학부모와 교사는 물론, 교수, 변호사, 의사, 약사 등 수강생들의 면모도 무척 다양하다고 하네요. 

 

수강생들은 8강을 모두 끝마치면 졸업장을 수여받고 졸업여행도 가는데요. 출석률이 높은 학생들에게는 강의 과정을 기록한 문집을 준다고 합니다. 또한 졸업 이후에도 지역 모임을 통해 졸업생들 간의 커뮤니티를 이어갈 수 있는 장점도 있죠.  

이날 수업에 참여한 학부모 정승훈 씨는 "지인을 통해 등대지기학교를 우연히 알고 수강신청을 하게 됐다"며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는데 사교육에 관한 엄마들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등대지기학교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사교육없는세상 카페(www.noworry21.kr/school)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사교육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하니, 한 번쯤 수강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미니인터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공동대표  

  

 

등대지기 학교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사교육 문제는 제도적인 정책은 물론 학부모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하는 무척 까다로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사교육인 경우에도 입시를 위한 불안감 때문에 마지못해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가 많죠. 사교육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현실의 불안감 때문에 아이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학부모들에

게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현재 사교육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국민들의 지나친 경쟁의식이 초중고 교육제도에 너무 깊이 침투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싸움이 과도한 사교육 지출로 이어지는 것이죠. 사교육 문제는 수요를 줄이는 방법과 이를 충족시키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정부의 정책이 전자라면, 과외나 학원 교

육은 후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이 지나치게 과도해지면 어느 시점부터 이러한 경쟁적 환경에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틀이 없어지게되죠. 때문에 이러한 경쟁 환경을 일정 부분 유예킬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입니다.

 

등대지기 학교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수강 신청을 하시나요?

학부모, 교사, 교수, 변호사, 농부들, 심지어 정부의 공무원까지 직업군은 무척 다양합니다. 직업을 떠다 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사교육에 관한 이해당사자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사교육 때문에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은 혼자 고립된 가운데 특별한 해

결책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분들이 등대지기 학교를 통해 비로소 사교육 문제결을 위한 소통을 하고, 서로 작게나마 힘을 모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졸업 이후 수강생들의 달라진 면모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교육 시장의 마케팅에 속았다고 말하는 분들이 가장 많습니다. 그동안 주변에서 무분별한 사교육 정보를 듣고 괜한 불안감에 고통 받아온 사실을 깨달은 거죠. 사교육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사교육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교육을 통해 배운 것들을 자신이 속한 지역의 변화를 위

해 다시 나눠줄 수 있는 소통의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에게 등대지기 학교를 권하고 싶으신지.

사교육이 무한경쟁으로 치닫게 되면 자칫 가정경제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것입니다. 지금도 이러한 사교육 문제로 인해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그런 분들이라면 누구나 이 자리에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사교육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도 강의를 듣다보면, 자신의

직업적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문제의 본질을 두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