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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

환경 지키는 '녹색달인'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궁금하다면?

합성세제 대신 구연산을 사용하고, 80년 쓴 손재봉틀로 여전히 옷을 짓고, 생활오수 재활용 장치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지구를 지키는 '대한민국 녹색달인'들이 있습니다. 녹색생활 실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유도하고 생생한 절약 비법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처음으로 개최된 '녹색생활 실천 달인대회'의 주인공들인데요. 함께 만나보실까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오혜섭(35) 씨는 주방과 욕실을 청소하거나 채소와 과일을 씻을 때 화학성분이 든 합성세제 대신에 구연산과 소다를 활용합니다. 음식의 신맛을 내는 재료인 구연산과 빵과 과자를 구울 때 넣는 베이킹소다는 인체에 무해한 식품첨가물이면서 살균·세정효과가 뛰어나 환경보호에 관심 있는 주부들이 애용하고 있죠.  

“물 2백 밀리리터에 구연산 1티스푼을 넣어 만든 구연산수를 식탁이나 냉장고에 뿌리고 행주로 닦으면 깨끗해져요. 가스레인지, 싱크대에도 소다수(물 2백 밀리리터에 소다 1티스푼)를 뿌린 다음 구연산수로 다시 닦으면 효과가 더 좋아요.” 

구연산은 세탁할 때 섬유유연제 대용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물 2백 밀리리터에 구연산 1티스푼을 타서 빨래할 때 세탁기에 넣으면 옷을 보드랍게 만들어주고 세탁기 안에 끼는 물때도 방지해주죠.  

오 씨는 네 살, 다섯 살 자녀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일반 세제 사용을 줄이기 시작했는데요. “피부 자극이 덜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비누와 천연세제를 찾다 보니 아이에게 좋은 것이 모두에게 좋고 환경에도 좋다는 걸 알게 됐죠.” 

경기 용인시에 사는 은정남(69) 씨는 7년 전 초등학교 교장 직에서 은퇴한 후 소일거리로 폐품 재활용을 시작했습니다. 쉽게 내버리는 페트병, 옷걸이 철사, 비닐 포장지가 그의 손을 거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형 비행기로 다시 태어나는데요. 올봄에는 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모형비행기 만들기를 가르쳐 공군사관학교 모형비행대회에서 상을 타오게 하기도 했습니다. 

“모형비행대회에 가보면 몇 만원씩 주고 샀다가 한 번 날리고 버리는 재료 쓰레기가 산더미예요. 그걸 주워다가 손질을 하고 매무새를 잡으면 새것 못지않게 잘 날아가는데 너무 아깝잖아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아무리 해도 젊은 학부모들한테는 잘 안 통하고 늙은이 잔소리로만 듣는 것 같아 섭섭하죠.” 

 

아파트 단지에서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날이면 쓸모 있는 물건을 가져온다는 은 씨는 “우리 세대는 어려운 시절을 살면서 재활용을 당연하게 생각했다”면서 “쓰던 물건을 버릴 때 열 번 생각하고 버린다”고 말합니다. 

오 씨와 은 씨는 행정안전부가 공모한 ‘녹색생활 실천 달인대회’의 ‘녹색실천 수기’ 부문 우수상 수상자들입니다. 이번 공모전은 자신이 실천한 녹색생활 사례를 담은 ‘녹색실천 수기’, 녹색생활 실천 아이디어를 모은 ‘녹색 아이디어’, 자신이 아끼고 재활용하며 사용 중인 물건에 대한 글과 사진 등을 제출하는 ‘녹색소장품’ 등 3개 분야로 진행됐는데요.  

특히 녹색 아이디어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승태(41) 씨의 광고간판 제작 방식은 에너지 절감을 위해 정부가 진행 중인 거리 간판 정비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가 특허를 받은 간판은 겉면의 탈·부착이 가능한 스티커식 인쇄지로 상호를 표시하는 방식인데요. 업주가 바뀌더라도 간판을 새로 제작할 필요 없이 표면의 스티커만 교체하면 되죠. 현재 국내 전체 간판 5백26만 개 중 1백42만 개의 간판은 재활용되지 않은 채 폐기되고 있는데요. 김 씨의 아이디어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면 간판 교체비용 4조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답니다.  

“스티커 탈·부착이 가능한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이라서 기존 간판에 비해 전력도 90퍼센트 아끼고 교체 시에도 자원의 98퍼센트를 폐기하지 않고 쓸 수 있어요. 이 기술을 도로 표지판에 적용하면 안개가 자욱해서 사물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자동으로 LED 전광판이 켜집니다.” 

현재 김 씨의 아이디어는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 가로 정비사업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회사원 임광엽(41) 씨는 영양관리사인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 떠올린 아이디어로 ‘눈금이 새겨진 식판’을 제출해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어린아이를 키우다 보면 소아과에 데려가거나 영양 상담을 할 일이 생기는데 아이가 일주일 동안 먹은 음식량을 적어오라고 하면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그램 수를 알아볼 수 있도록 눈금을 표기한 그릇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어봤다”고 말했는데요. 

그가 디자인한 단체급식용 식판은 전통 한식인 신선로에서 디자인을 따와 가운데가 볼록하고 둥근 모양에 양쪽 손잡이를 달아 잡기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발명가 이용국(67) 씨의 생활오수 재활용 장치도 특이한 녹색아이디어입니다. 일반 가정에서 가장 많은 물을 사용하는 가전제품인 세탁기에서 나오는 물을 축수통에 받아 변기 내리는 물로 활용하게 만들었는데요. 세숫물이나 채소, 과일 씻은 물을 따로 모아 축수통에 넣게 되죠. 그는 자신이 직접 제작한 오수 재활용 장치를 사용하면 “4인 가족이 연간 35톤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랫동안 활용해온 손때 묻은 녹색소장품들도 눈에 띕니다. 이 부문 최우수상은 강효명(23) 씨 가족이 80년간 사용하고 있는 손재봉틀. 고조할머니에게서 물려받아 시집올 때 혼수로 가져온 구식 재봉틀로 세월의 흔적이 무색할 정도로 단 줄이기, 트인 곳 꿰매기 등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청일(68) 씨는 1973년 베트남전 귀국길에 구입한 전기밥솥을 37년 전부터 요구르트 제조기로 개조해 쓰고 있죠. 이 밖에도 1940년대에 어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온 경대와 실패를 사용하고 있는 정기상(55) 씨,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사용하던 1백 년 된 책상을 화장대와 컴퓨터 책상으로 활용하는 오화정(36) 씨 등이 녹색소장품 부문 녹색달인으로 선정됐습니다. 
  

행정안전부 지역녹색성장과 전화번호 02-2100-2815
생활 속의 녹색성장 green.go.kr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하는 위클리공감(2010.10.13)에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 바로가기>